[단독 인터뷰] 정남호 경희대학교 교수 (경희대 스마트관광연구소 소장)
"코로나19로 지자체 관광 패러다임 바뀌어…스마트관광으로 만년 꼴찌도 1등 기회 있어"
2021-09-13 07:11:56 , 수정 : 2021-09-13 12:27:55 | 정연비 기자

[티티엘뉴스] 스마트관광이 국내 관광에서 최신 화두로 떠오르면서 가장 분주해진 이는 경희대학교 스마트관광연구소를 총괄하는 정남호 교수다. 

코로나 이전부터 스마트관광에 대한 연구와 강연을 꾸준히 진행해왔던 정 교수의 최근 주요 행보 중 하나는 지난 9일 개막한 제6회 대한민국 국제관광박람회에서 아시아 스마트관광 산업대전 컨퍼런스 공동 주관이다. 

올해는 대한민국 국제관광박람회 안에서도 국내 최초로 열린 '아시아 스마트관광 산업대전'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관광산업의 디지털전환에 따른 산업 전반의 혁신기반조성, 코로나19로 인해 맞춤형 스마트관광서비스의 수요 증가, 스마트관광 수요를 대응할 데이터 정보서비스업 분야 발전, 아시아를 대표할 수 있는 혁신적인 브랜드의 관광박람회 필요성 대두 등을 고려한 콘텐츠 박람회이기 때문. 

9일 행사장인 일산 킨텍스에서 정 교수를 만나 스마트관광도시를 꿈꾸는 지역자치단체들이 참고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자세히 들어봤다. 

 



▲ 스마트관광 컨퍼런스가 열린 일산 킨텍스 제2전시홀에서 정남호 경희대학교 교수를 만났다. 

 

코로나 이전부터 스마트관광의 권위자로서 다양한 곳에서 강연이나 자문 등으로 스마트관광을 알려왔던 정남호 교수는 과거와 비교하면 최근의 달라진 반응을 실감하고 있다. 

"이전에는 스마트관광에 대한 개념조차 확립되지 않은 이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스마트관광에 대한 기초 개념들은 자리잡은 것 같습니다. 일례로 지금 제가 몸담고 있는 경희대학교에서 스마트관광대학원을 만들었는데 초기 입학생만 200여 명이 들어왔어요. 기존 호텔관광경영 쪽에 있던 5개 정도 학과 규모와 스마트관광학과 규모가 맞먹을 정도예요"

코로나19와 달라지는 여행트렌드는 스마트관광의 도입을 앞당겼다. 국내 스마트관광의 권위자인 그는 "스마트관광은 도시가 새롭게 태어나는 어떤 하나의 콘셉트"라고 한마디로 정의하며 "스마트관광은 단순히 각 지역이 가진 관광 자원을 활용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지자체가 띄우지 못했던 스팟도 단숨에 띄울 수 있다"고 말한다. 

 

정 교수의 말처럼 현재 지방의 대부분의 도시들은 인구 소멸의 문제를 떠안고 있고 특히 젊은 이들이 수도권에 몰려있어 도시라는 틀을 유지하기 힘든 곳도 많다. 귀농이나 귀촌을 유치하고 정착을 위한 파격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도 여기에 있다. 

 


▲대한민국 국제관광박람회 내 아시아 스마트관광 산업대전에 마련된 경희대학교 스마트관광연구소 부스에서 정남호 교수와 연구원들.

 

그렇다면 지자체에 스마트관광을 적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스마트관광의 필요성은 알아도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지자체들은 여전히 많다. 

정남호 교수를 필두로 경희대 스마트관광연구소에서 스마트관광 성숙도 모델을 고안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 출발한다. 

기존에도 스마트관광도시를 평가하는 지표들은 있지만 관광이나 스마트도시라는 한가지 영역에서만 주로 평가가 됐기에 포괄적인 관점에서의 스마트관광도시에 대한 평가 지표 개발을 체감했기 때문. 

매력성, 접근가능성, 디지털 준비도, 지속가능성, 협력적 파트너십까지 6단계로 성숙도 수준을 평가해 점수를 매겨 도시의 상황을 객관화시켰다. 

경희대 스마트관광연구소가 제시하는 스마트관광도시 성숙도 평가 지표 관점에서 지자체들을 바라보면 기존에 관광특구 및 관광도시였던 곳들이 반드시 선두를 차지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정도는 맥을 같이 하지만 그 안에서 다소 파격적인 결과가 일어나 흥미롭다. 

"코로나로 패러다임이 바뀌었어요. 새로운 관점에서 게임의 룰이 바뀐거죠. 만년 꼴찌가 1등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겁니다"

유명한 관광지 하나 없거나 내국인에게 조차 이름이 생소한 지역이 스마트관광도시로 재평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정남호 교수는 최근에 평가한 스마트관광도시 순위에서 전라도 지역 쪽 다수가 상위권을 차지한 점을 꼽았다. 단순히 관광 유적이 많아서일까. 유물 유적이라면 다른 지역도 빠지지 않는다. 오히려 지역 주민과의 단합이 강해 협력적 파트너십에서 상당히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 컸다. 

"과거 관광특구로 지정된 곳은 자연 환경 혹은 문화유적으로만 강점을 가진 곳이 대부분입니다. 스마트관광도시는 일반적인 관광자원으로만 정해지는 것이 아니예요. 인공자원도 충분히 매력물로서 관광을 유도할 수 있고 이는 곧 스마트관광과 연결됩니다"

 


▲스마트관광 컨퍼런스에서 발표 중인 정남호 교수 

 

대표적인 예가 인스타그램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는 제주 하도와 곡성 한 카페에 있는 천국의 계단을 들 수 있다. 

전통적인 관광지보다 한적하더라도 소위 '힙'하면서도 인스타그램에서 자신의 여행을 공유하고 화제가 되는 곳이 이들에게 곧 유명 관광지다. 

경주에서 첨성대나 불국사는 안가도 경주 워터파크는 꼭 갔다오는게 MZ세대의 여행법이라는 것이다. 거기에 이제 소그룹으로 가족 혹은 지인들과 떠나는 팟 트래블(Pod Travel)이 대세 여행으로 떠올랐다. 

단순히 디지털화가 되어있냐, 가지고 있는 관광지가 얼마나 있나 이것보다 결국 달라진 여행 유형과 여행자의 취향을 꿰뚫어봐야 스마트관광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정남호 교수도 지자체들이 스마트관광도시로 거듭나는 길은 결코 쉽지 않음을 인지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자체 간 서로 사례를 공유하고 네트워크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대한민국 국제관광박람회와 같은 자리를 의미있게 평가했다. 

"A 도시가 스마트관광도시가 되기 위해 썼던 방법을 B 도시가 그대로 한다고 해서 맞아 떨어질 수는 없어요. 결국 여행자가 원하는 경험을 제공해 마음을 얻어야 하는데 각 도시마다 처한 환경도 다르고 수많은 아이디어를 내야 하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화는 계속 빠르게 진행될 것이고 각 지역의 관광을 어떻게 변화시킬지는 선택의 문제인데 확실한 것은 선택하지 않으면 그 지역은 생존하지 못합니다"

 

일산 킨텍스 = 정연비 기자 jyb@tt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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